화장품 뒷면 성분표를 끝까지 내려가면 ‘향료’ 한 단어로 끝나는 제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제품은 향료 대신, 또는 향료와 함께 발음도 어려운 성분명이 여러 개 붙어 있습니다.
성분이 더 많이 들어가서도, 더 독한 향이라서도 아닙니다. 이건 표시 규정 때문에 갈리는 차이입니다. 향 때문에 피부가 뒤집힌 적이 있는 분에게는 이 차이가 실제로 쓸모가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규정이 무엇이고 성분표를 어떻게 읽으면 되는지를 정리한 기록입니다. 어떤 제품이 안전한지는 저희가 판단할 수 없고, 여기서 판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성분표의 순서
규칙 하나만 알면 성분표가 훨씬 잘 읽힙니다. 함량이 많은 것부터 적습니다. 그래서 맨 앞 두세 개가 그 제품의 실체에 가깝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고, 이 예외를 모르면 성분표를 잘못 읽게 됩니다. 1퍼센트 이하로 들어간 성분과 착향제·착색제는 순서에 상관없이 적을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의미는 이렇습니다. 성분표 뒷부분에 있는 성분들끼리는 순서로 함량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뒤쪽에 있는 어떤 성분이 그 앞의 성분보다 많이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앞부분의 순서는 의미가 있고, 뒷부분의 순서는 의미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향료’는 여러 성분을 묶은 이름이다
‘향료’는 성분 하나의 이름이 아닙니다. 향을 내기 위해 섞어 넣은 여러 성분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향 하나를 만드는 데 수십 가지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규정은 착향제를 ‘향료’로 묶어서 표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품이 한 단어로 끝납니다.
그런데 여기에 예외가 붙습니다. 착향제의 구성 성분 중 식약처장이 고시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들어 있으면, 그 성분은 ‘향료’에 묶어서 표시할 수 없고 이름을 따로 적어야 합니다.
성분표에 낯선 이름이 붙어 있는 제품과 ‘향료’ 한 단어로 끝나는 제품의 차이가 여기서 생깁니다. 이름이 적혀 있다는 것은 규정에 따라 밝힌 것이지, 그 제품에만 특별히 뭔가가 들어갔다는 뜻이 아닙니다.
25종, 그리고 두 개의 기준선
따로 적어야 하는 성분은 25종으로 고시에 정해져 있습니다. 향수나 에센셜 오일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향 성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합성 향이냐 천연 향이냐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천연 원료를 썼다는 제품의 성분표에 이 이름들이 붙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닌 이유입니다.
다만 25종에 들어간다고 무조건 적는 것은 아니고, 일정 농도를 넘을 때 적습니다. 기준이 제품 종류에 따라 둘로 나뉩니다.
| 제품 종류 | 표시 기준 |
|---|---|
| 사용 후 씻어내는 제품 (샴푸·린스·클렌저 등) | 0.01% 초과 |
| 사용 후 씻어내지 않는 제품 (로션·크림·에센스 등) | 0.001% 초과 |
씻어내지 않는 제품의 기준이 열 배 더 엄격합니다. 피부에 남아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같은 향 성분이라도 클렌저에서는 안 적히고 크림에서는 적히는 일이 생기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계산은 제품 내용량 대비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250g짜리 씻어내지 않는 바디로션에 해당 성분이 0.05g 들어 있다면 0.02%가 되고, 기준인 0.001%를 넘으므로 이름을 적게 됩니다.
이름이 적혔다고 위험한 성분은 아니다
이 부분을 오해하기 쉽습니다.
25종은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 아닙니다. 금지 성분이라면 애초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 성분들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사례가 알려져 있어서, 해당하는 사람이 피할 수 있도록 이름을 밝히게 한 것입니다. 규정의 목적은 경고가 아니라 선택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분표에 이 이름들이 많다고 해서 나쁜 제품이라고 읽을 근거는 없습니다. 반대로, 향이 강한 제품이라도 각 성분이 기준 농도 아래면 이름이 안 적힐 수 있습니다. 이름의 개수는 향의 세기와 비례하지 않습니다.
이 정보가 실제로 쓸모 있는 경우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이 표시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의미가 생기는 건 이런 경우입니다.
- 특정 성분에 반응한다는 것을 이미 아는 경우. 병원에서 첩포 검사 등으로 확인했다면 이름을 정확히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이름을 성분표에서 찾으면 됩니다
- 특정 제품에서 반복해서 문제가 생긴 경우. 문제가 있었던 제품과 없었던 제품의 성분표를 나란히 놓고 겹치는 이름을 찾아보는 것은 해 볼 만합니다
- 향에 예민한 편이라 향료가 든 제품 자체를 줄이려는 경우. 이때는 개별 이름보다 ‘향료’ 표기 유무를 보는 편이 빠릅니다
두 번째의 경우, 겹치는 이름을 찾았다고 해서 그 성분이 원인이라고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응의 원인을 가리는 것은 진료의 영역이고, 저희가 대신 판단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진료를 받으러 갈 때 성분표를 찍어 가거나 제품을 들고 가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무향’과 ‘무향료’는 다르다
실제로 헷갈리는 표기입니다.
향이 나지 않는다는 것과 향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원료 자체의 냄새를 가리기 위해 향 성분을 넣는 경우가 있고, 그런 제품은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향료가 들어 있습니다.
확인 방법은 하나입니다. 앞면 문구가 아니라 뒷면 성분표를 봅니다. 성분표에 ‘향료’나 25종의 이름이 있으면 향 성분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성분표가 작아서 안 보일 때
작은 용기나 샘플에는 전성분을 다 적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첨부 문서나 별도 표시로 갈음하는 방식이 쓰입니다.
매장에서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 제조사나 브랜드의 공식 제품 페이지에 전성분이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기가 갈리는 지점이라 판매 페이지보다 제조사 공식 표기를 보는 쪽이 정확합니다.
포장에서 같이 확인하게 되는 다른 표기들 — 사용기한과 개봉 후 사용기간, 자외선차단 지수 — 은 각각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같은 브랜드라도 국내 판매용과 해외 판매용의 성분표가 다를 수 있습니다. 나라마다 표시 규정이 달라서, 해외 사이트에서 본 성분표가 국내에서 산 제품과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정리하면
- 성분표는 함량 많은 순. 단 1% 이하 성분과 착향제·착색제는 순서 무관
- ‘향료’는 여러 성분을 묶은 이름
- 고시된 25종은 향료에 묶지 못하고 이름을 따로 적어야 함
- 기준은 씻어내는 제품 0.01% 초과 · 씻어내지 않는 제품 0.001% 초과, 성분별 계산
- 이름이 적힌 것은 밝힌 것이지 경고가 아니다
- ‘무향’과 ‘무향료’는 다른 말
자주 나오는 질문
25종 전체 목록은 어디서 보나요?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화장품 사용 시의 주의사항 및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에 관한 규정」의 별표에 실려 있습니다. 저희가 원문 별표를 직접 확인하지 못해 이 글에는 목록을 옮겨 적지 않았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고시명으로 찾으시면 별표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규정은 언제부터 적용됐나요?
2020년 1월 1일 시행입니다. 그전에 만들어진 제품이 남아 있을 수 있고, 표시 방식도 이후 개정으로 달라졌을 수 있으니 현행 내용은 고시 원문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여러 성분이 조금씩 들어 있으면 합쳐서 계산하나요?
아닙니다. 성분마다 따로 계산해서 각각 기준을 넘는지 봅니다. 그래서 여러 성분이 기준 아래로 들어 있으면 하나도 안 적힐 수 있습니다.
이름이 안 적혀 있으면 안 들어 있는 건가요?
기준 농도 아래로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표시는 ‘기준을 넘었는지’를 알려 주는 것이지 ‘전혀 없다’를 뜻하지 않습니다. 아주 적은 양에도 반응하는 경우라면 이 점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향수도 같은 규정인가요?
향수도 화장품으로 분류되므로 같은 표시 규정의 적용을 받습니다. 향이 제품의 본체인 만큼 25종 이름이 여러 개 적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앞서 적었듯 개수가 많다고 문제 있는 제품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피부가 뒤집혔는데 성분표만 보고 원인을 찾을 수 있나요?
어렵습니다. 향 성분이 아닌 다른 원인일 수도 있고, 제품이 아닌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원인을 가리는 일은 진료의 영역이고 저희가 대신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었던 제품을 챙겨 가시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참고한 자료 — 「화장품법 시행규칙」 별표 4의 표시기준·표시방법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화장품 사용 시의 주의사항 및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에 관한 규정」의 공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2026년 8월 확인). 25종의 개별 성분명은 고시 별표 원문을 저희가 확인하지 못해 옮겨 적지 않았습니다. 규정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현행 내용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가꿈노트는 의료기관이 아니며, 글쓴이는 의료인이 아닙니다. 이 글은 표시 규정을 정리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특정 제품·브랜드를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알레르기 반응의 원인 판정과 치료는 의료인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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